모든 자리에는 그에 걸맞는 그릇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다른 말로 깜냥이라고도 하지요. 오늘 경기로서 박진만 감독은 절대 감독이라는 역할과 자리는 그 깜냥이 안되는 것을 스스로 증명했습니다.
오늘 사실상 경기를 터트린 선발 가라비토의 4이닝 4실점? 그럴수도 있습니다. 이런날도 있고 저런날도 있죠. 선발 가라비토가 이른 이닝부터 많은 실점을 하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은 선수들의 능력으로 동점과 더불어 역전을 일구어 냅니다.
현재 삼성의 경우 불펜에 심각한 약점이 있습니다. 필승조라고 불릴만한 선수가 고작 김태훈, 이호성밖에 없으며 그 김태훈 마저도 총력전이라는 명분 하에 지는 경기에도 이리저리 끌려나오며 구위와 구속이 매우 떨어져있는 상태입니다.
그렇다면 삼성이 오늘 경기에서 가져가야할 전략은 무엇일까요? 가라비토가 일찍이 털리긴 했지만 상대 NC의 선발인 목지훈 또한 3이닝을 채 소화하지 못하고 똑같이 4실점으로 내려갑니다. 거기에다 구원으로 올라온 최성영까지 디아즈에게 역전 쓰리린을 맞으며 경기는 7:4로 순식간에 삼성의 리드가 되구요.
경기를 역전하고 가라비토가 4이닝까지 채운 시점에서 삼성은 여전히 약하디 약한 불펜자원으로 3점의 리드를 5이닝을 막아야 했습니다. 앞서 말한대로 삼성의 불펜은 1이닝을 제대로 막을 수 있는 선수다운 선수가 없는 상황이기에 삼성이 가장 승리할 수 있는 합리적인 방법은 공격력을 유지하여 리드를 더 벌리는 것 이었습니다.
이러한 불펜의 현실을 알면서도 삼성은 3회부터 좋은 찬스가 이어짐에도 불구하고 주자 12루에서 이재현에게 희생번트 지시를 합니다. 이재현의 NC전 상대전적이 어떤지 아실려나요?
올해 NC전 36타석에서 2홈런에 OPS가 무려 1.356입니다. 올해만 그럴까요? 작년에도 65타석 1.129라는, NC를 상대로 극강의 타자입니다.
결국 경기를 따라잡고 싶은 마음만 가득에 어떻게든 번트작전으로 동점에 성공하지만 이재현의 번트는 사실상 삼성이 가져올 기대득점의 양을 대폭적으로 줄여주었습니다.
선발 목지훈이 계속해서 흔들리며 아웃카운트 하나도 못잡고 있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병살타가 두려워 일단 동점을 만들고 보자는 감독의 판단은 어리석어도 너무 어리석습니다. 우리의 불펜의 퀄리티를 생각해본다면 동점을 만들고 역전을 해낸들 그 위기가 쉽사리 지키기 힘듭니다.
이후에도 똑같이 4회 김지찬의 출루 이후 류지혁의 번트가 주문되며 디아즈의 체급으로 역전을 내는 쓰리런이 나오지만, 삼성이 추구하는 이런 쫄보 운영은 결국 불펜싸움에서 그 종말을 맞이합니다.
3연전의 첫 경기입니다. NC 또한 불펜진이 약하기 때문에 이후 2경기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 지 모르기에 3점의 열세에 필승조를 내기 보다는 추격조인 전사민, 이준혁을 낼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삼성은 이 전사민, 이준혁을 상대로 못해도 2~3점은 더 달아나 리드를 벌려 NC의 추격의지를 꺾었어야 했습니다.
전사민, 이준혁이 어떤 급의 선수인지 아십니까?
|
이닝
|
ERA
|
WHIP
|
WAR
|
전사민
|
36.2
|
5.65
|
1.69
|
-0.21
|
이준혁
|
13.0
|
10.38
|
1.62
|
-0.51
|
우리 불펜들이 그토록 막고 싶던 7회의 1이닝, 오승환에서 시작해 김태훈, 배찬승까지 불러가면서 내리 5점을 내준 단 1이닝이지만, 삼성의 타자들은 이런 전사민, 이준혁에게 무려 3.1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혀 버립니다.
특히나 5회 2사에서 김지찬의 오버런이 나오지 않았다면 절정의 타격감을 선보였던 구자욱을 비롯해 디아즈까지 이어져 충분히 다득점을 노려볼만 했지만 2사에서 다소 3루까지 욕심을 내는 것은 좀처럼 이해하기 어려운 판단이었습니다.
결국 오늘도 리드오프 김지찬은 경기초반 찬스를 이어가야할 때 땅볼로 이닝을 마무리하며 정말이지 제대로 혈을 막아버렸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여태껏 박진만 감독이 벌여왔던 그 믿음, 주전과 베테랑들에 대한 확고하며 무지성에 가까운 그 믿음이 결국 자신의 자리를 벼랑 끝으로 내몰았습니다.
아마 두산전 이재현의 사실상 멱살을 끌고 올리는 만루포로 인해 기사회생하였으나 오늘의 패배로 인해 어느정도 결정이 나리라 생각합니다.
써야할 때, 쓰지말아야 할 때 구분하지 못하며 김태훈을 굴린 대가로 이제 마무리 이호성을 제외하면 하나남은 필승조의 직구가 143을 넘기지 못하는 상태가 되었으며 작년 드래프트로 뽑은 신인 배찬승은 올시즌 56이닝 페이스로 처참하게 갈리고 있습니다.
게다가 더이상 명분이 없는 오승환을 올리기 위해 차승준, 함수호 등 꼼수 엔트리 등록까지 하며 여론을 피한 대가는 오늘의 역전패의 발판이 되었으며, 간만에 안타를 치며 타격감을 이어갈 수 있었던 포수 김재성을 굳이 강민호로 바꿔간 결과는 3타수 무안타였습니다.
지금 삼성은 남은 시즌의 성적이 문제가 아닙니다. 현재 감독의 자리가 위태로운 상황이라 총력전을 명분삼아 모든 투수들을 갈아제끼고 있는 상황이기에 삼성은 미래를 지키기 위해서는 이런 기행적인 운용을 그만두고 아프지만 올바른 결정을 해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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