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전의 전매특허인 정품 싸대기 매치 그 자체였습니다.

여태껏 5실점 이상의 경기가 단 한차례도 없었던 잭로그를 삼성은 사실상 5이닝 내로만 내기기만 해도 성공적이었던 매치업에서 박병호의 대포 두방으로 무려 7득점에 성공합니다.
1회말부터 삼성의 테이블세터가 차례로 아웃을 당하긴 했지만 2사후 구자욱의 안타로 시작해 만루를 만든 삼성은 전병우의 밀어내기 볼넷으로 1득점만 해도 만족할만한 성과였습니다.
그러나 오늘의 박병호는 좌투수 잭로그를 상대로 선발라인업에 포함되어 경기 시작 전부터 많은 팬들의 원성을 샀지만, 그런 염려에도 불구하고 감독의 믿음에 부응하듯 우익방면 105m짜리 만루홈런을 만들어 5:0의 스코어로 크게 달아납니다.
단숨에 5점차의 큰 득점지원을 얻어낸 양창섭은 그 좋은 기회를 자신의 손으로 망쳐버렸습니다. 지난 KIA전에서는 답답한 득점 지원 속에서도 최소실점으로 호투를 이어갔다면, 오늘은 넉넉한 득점지원에도 불구하고 2회초에 바로 4실점을 내어주며 좋은 찬스를 걷어차버렸습니다.
그 양창섭의 뒤를 이은 황동재 또한 나오자마자 볼넷파티로 2이닝에 걸쳐 실점을 했으며 박병호가 다시금 리드를 벌리는 연타석 투런포가 터졌음에도 불구하고 황동재는 그 리드를 또다시 지켜내지 못했습니다.
7:7의 상황에서 5회로 접어든 양팀은 어제의 연장접전으로 인해 다소 불펜의 운용이 힘겨웠습니다. 특히나 백정현이 이탈한 삼성의 경우 필승조라 불릴수 있는 투수가 배찬승, 김태훈, 이호성(+김재윤)이었지만 어제의 멀티이닝으로 인해 이호성과 또 오늘 등판하면 3연투가 되는 김재윤의 등판이 사실상 불가했습니다.
그러므로 89회를 배찬승과 김태훈이 막아야하는 다소 빡빡한 상황에서 양창섭, 황동재가 4이닝동안 7실점한 경기를 육선엽이 567의 3이닝을 완벽하게 막아냈습니다.
이렇게 육선엽이 예상치 못한 호투로 3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내는 사이 삼성은 김성윤의 볼넷과 양도근의 안타, 전병우의 적시타로 결승타가 될 1점을 달아나는데 성공했으나 시리즈 스윕을 앞두고 8회 올라온 배찬승이 완전히 무너집니다.
선두타자부터 제구가 되지 않으며 강승호를 몸에 맞는 볼로 출루를 시킨 후 이내 1사 만루를 내어주고 김기연에게 2타점 역전 적시타를 맞습니다.
결국 희생번트의 원아웃을 제외하고는 케이브에게만 아웃카운트 하나만을 잡아냈으며 이후 올라온 오승환이 추가 실점을 막아내고 9회를 지켜내지만 김택연이 버티고 있는 9회를 뒤집기는 힘들었습니다.
물론 9회말에 선두타자 구자욱이 안타를 치고 나간 후 어제의 상황처럼 디아즈에게 또다시 역전의 찬스가 깔리긴 했지만 디아즈의 빠른 볼 대처능력을 파고든 김택연은 153의 3연속 직구로 삼진을 잡아냅니다.
하지만 양도근과 전병우가 침착하게 볼넷을 골라내고 1사만루의 찬스에서 타구를 외야로만 보내도 동점이 되는 상황에 타석에 들어선 것은 박병호처럼 박진만 감독에게서 또다른 믿음을 부여받은 김영웅이었습니다.
오늘의 박병호가 승기를 가져오는 연타석 홈런으로 감독의 고집스런 믿음에 부응했다면, 반대로 김영웅은 그 절호의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몸에 붙다시피한 볼에 스윙을 가져가 내야 인필드플라이라는 처참한 결과를 맞이합니다.
이후 마지막 타자인 류지혁도 얕은 중견수 플라이로 물러나면서 경기는 아쉽게도 1점차의 패배로 이어졌습니다.
오늘의 경기는 초반부터 잭로그를 상대로 대거득점을 이어가 충분히 시리즈를 스윕으로 완성할 수 있었던 경기였습니다. 하지만 그 좋은 찬스를 양창섭, 황동재가 곧바로 4이닝 7실점을 하면서 날려버렸고 배찬승 또한 단 1이닝도 막아주지 못한채 패배의 원인이 되었습니다.
타자쪽에서도 김지찬과 김영웅 또한 최근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감독의 믿음으로 경기후반 대타 및 대주자로 기용되어 경기를 뒤집을 찬스를 맞이했으나 침묵하면서 그 믿음을 제대로 엎어버렸습니다.
반면 그러한 고집스런 믿음에 부응한 타자 또한 있습니다. 김영웅 대신 3루수로 선발된 전병우는 2타수 1안타에 무려 3볼넷을 골라내며 삼성의 찬스에 기여하였고 박병호 또한 3타수 2안타 2홈런 6타점의 원맨쇼를 터트리면서 모든 예상을 뒤엎고 감독의 믿음에 제대로 부응했습니다.
더욱이 실망스런 양창섭, 황동재를 뒤로하고 등판한 육선엽은 무려 3이닝을 무실점으로 이끌며 불펜진이 헐거운 삼성의 중반을 완벽하게 막아주었으며 박병호처럼 모두다 아니라고 외쳤던 오승환 또한 마지막 1.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냈습니다.
결과론적인 해석으로 본다면 당연히 배찬승의 투구와 김태훈의 등판 등 아쉬운 점이 많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의 경기운용은 삼성이 처한 불펜진의 연투상황을 고려해본다면 충분히 납득할만한 결정들이었습니다.
오히려 타팀 감독이라면 어제 멀티이닝을 소화한 이호성이나 3연투가 되는 김재윤을 쓰고싶은 마음이 굴뚝같았겠지만 백정현이 이탈한 상황에서 다소 조급함이 느껴짐에도 불구하고 연투 및 불펜 혹사를 지켜낸 감독의 결정은 충분히 인정받아야 합니다.
결국 배찬승이 1이닝을 막아줬더라면 모든게 맞아 떨어졌을 경기이며, 1년차 신인이 벌써 10홀드를 기록하고 이러한 클러치상황을 맡는 상황 자체만으로도 배찬승의 잘못이라기 보다는 현재 삼성의 불펜 이탈이 너무나 아쉽게 느껴지는 부분입니다.
물론 여태껏 상황에 맞지않게 백정현을 이리저리 굴려 스노우볼로 이어진 탓이 크긴 하지만 그 부분만 제외하면 가진 자원을 활용하여 최적의 불펜운용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불펜진의 어려움은 선발진의 이탈이 큰 탓으로 26일 합류하는 가리비토와 후라도가 정상 로테이션에 들어서면 한숨 돌릴 수 있는 상황이 됩니다.
많은 부상자로 이탈한 롯데의 타선처럼 삼성 또한 불펜파트에서 이가 없이 잇몸으로 버티고 있는 실정이지만 이러한 상황을 어떻게든 버티고 버텨낸다면 상황은 점차 나아질 수 있습니다.
당장 땜빵 선발을 돌고 있는 양창섭은 이제 1이닝을 한정해서는 어느정도 준 필승조의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선수입니다. 더불어 육선엽 또한 거듭되는 등판으로 이호성처럼 성장을 해가며 삼성은 불펜진에 있어 새로운 세대교체를 하는 과정을 걷고 있습니다.
특히나 1,2위인 한화, LG도 타선에서 그리고 불펜에서 약점이 나타나기 시작하며 시즌 중반으로 접어든 지금, 압도적인 하위권인 두산, 키움을 제외하면 1위 한화부터 7위 KT까지 승차가 겨우 5.5게임에 불과합니다.
결국 여전히 시즌은 72경기나 남아있으며 롯데와 삼성, KIA 모두 투타에서 많은 선수들이 부상으로 이탈한 상황이지만 결국 돌아올 전력들이 많으므로 집중하여 버텨낸다면 좋은 순위권 경쟁을 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롯데의 경우 중견수 황성빈이 이탈한 빈자리로 인해 장두성, 김동혁이라는 새로운 스타가 발굴되었고 KIA 또한 곽도규, 장현식의 빈자리를 성영탁이라는 좋은 선수가 그 기회를 잡고 새로운 필승조로 발돋움했습니다.
삼성 또한 김영웅의 부진으로 말미암아 전병우, 양도근을 더 과감하게 기용해 볼 수 있는 상황이며 김지찬의 부진 또한 박승규의 재발견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투수 쪽에서도 이제 육선엽은 팀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새로운 필승조의 역할을 해야할 때이며 결국 새로운 선수에 대한 파격적인 기용은 삼성의 미래에 있어 세대교체를 이어갈 수 있는 절호의 찬스입니다.
신인급 선수 기용과 리빌딩은 반드시 윈나우와 대비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기량이 확실히 떨어진 선수에 대한 기용을 과감히 포기하고 절실함을 무기로한 유망주 선수들에 대한 기용은 오히려 팀의 성적과 세대교체를 동시에 가져가는 무엇보다 좋은 기회이자 전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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