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아니 엄청 당황스러웠지만 결국 시리즈 스윕을 가져왔습니다.

키움이 자랑하는 1,2선발인 로젠버그와 하영민을 어렵게 넘기고서 이제 김연주를 남겨놓은, 사실상 시리즈 스윕의 9부능선을 넘었다 여겼는데 그 과정은 험난하고 또 험난했습니다.
사실 1회초 공격에서는 김지찬, 디아즈의 시원한 타격들이 코스가 야수정면으로 가 다소 운이 없다는 생각이 들면서, 다음부터 잘 되리라 생각이 들었는데 예상외로 류지혁, 김영웅이 김연에게 완전히 꽁꽁 싸매입니다.
특히나 이런 김연주가 오늘 삼성을 상대로 꺼낸 가장 위력적인 무기는 30%에 달하는 슬라이더였습니다.
경기전까지 이번 시즌 19.1이닝에 6.41의 ERA, 1.78의 WHIP로 사실상 대량득점을 예상했던 김연주의 슬라이더를 전혀 공략하지 못하면서 김연주는 5이닝 1피안타 무실점이라는 올시즌 최고의 피칭을 선보이고 내려갑니다.
사실 오늘 삼성 선발인 레예스의 투구내용도 좋았지만, 체력적인 부분에서 분명한 약점이 있는 레예스를 상대로 불나방처럼 뛰어들던 키움의 타선이 매우 도와주었던 경기이기도 합니다.
만약 어제의 끈질긴 승부를 가져가는 전태현이 선발이었다면 아마 레예스를 상대로 투구수를 매우 길게 가져가면서 조금 더 이른 이닝에 내려갈 수도 있었겠지만, 오늘 키움의 타격은 연패를 끊기 위한 다소 공격적인 타격으로
레예스가 겨우 86구에 7.2이닝 3피안타 무실점 경기를 완성시켜 줍니다.
특히나 올시즌 레예스의 마무리가 매우 아쉬웠듯 오늘도 8회 2타자를 출루시키며 박수종의 바빕타가 이재현의 슈퍼캐치에 걸려 한시름 덜지만, 어준서를 플라이로 처리하고 송성문과의 상대함에 있어 투수교체는 매우 적절하고 과거의 실패를 답습하지 않는 좋은 결정이었습니다.
물론 이러한 약점을 레예스 또한 이겨내고 증명하기 위해 어준서를 상대함에 있어 다소 크나큰 모션으로 구속이 떨어지지 않는 직구를 뿌려대지만, 결국 레예스가 이런 과도한 오버피칭으로 부상이라도 당하는 판이면 삼성의 반동곡선은 완전히 꺾일 수 밖에 없습니다.
비록 그간 사이클이 올라왔던 타선이 오늘 조금 사이클이 내려간 모습으로 불안하고 아쉬움이 컸지만서도 결국에는 주장 구자욱이 종전의 아쉬웠던 병살타를 만회하는 투런 홈런을 만들어내면서 조금 너저분해도 팀의 승리와 시리즈 스윕을 가져오는 좋은 결말을 맞이했습니다.
모처럼 이뤄낸 시리즈 스윕으로 오늘의 리뷰는 경기를 지배했던 몇몇 선수들에 대해 중점적으로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1. 대니 레예스
이제 우리의 턴이 돌아오고 있습니다.
193cm에 달하는 큰 키와 긴 익스텐션으로 직구 평속이 145km/h 정도만 받춰준다면 사실상 공략하기가 매우 어려운 선수입니다.
다만 이제껏 80구 내외에서 체력 이슈로 인해 구속과 구위가 떨어지면서 6이닝을 소화하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냈지만, 의도적인 물고늘어지는 승부가 아니라면 오히려 투고시즌, 1~2점을 필연적으로 주며 이닝을 소화하는 삼성의 선발진을 고려해본다면 5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줄 수 있는 가장 믿음직한 선발 유형입니다.(포스트시즌과 같은 빅게임에 특화)
특히나 초반의 부상으로 몸상태가 좋지 않았음이 직구평속 기록만 보더라도 드러나지만, 작년과 같이 점점 회복되는 모습으로 보건대 이제는 안정적으로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해줄 수 있는, 2선발이지만 오히려 1선발과 같은 선수라 생각이 듭니다.
결국 레예스가 뛰어넘고 극복해야할 점은 포스트 시즌에서 보여준 것처럼 100구 이상을 구속 하락없이 소화할 수 있는 체력과 의도적으로 물고늘어지는, 컷트컷트해가며 투구수를 늘리는 선수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는 지가 관건이라 여겨집니다.
그러한 관점에서 오늘 키움이 레예스를 상대로 초구타격을 가져간 것은 결정적인 패착에 가까우며, 오히려 어제의 전태현과 같은 선수가 선발라인업에 없었던 것이 삼성의 입장에서 너무나 반가웠습니다.
2. 구자욱
결자해지의 홈런으로 이제 응어리졌던 부담감을 내려놓았으면 합니다.
사실상 경기가 제대로 풀리지 않았다면 오늘의 경기에서 가장 역적이 될 1순위가 되었지 않나 싶습니다.
6회 삼성이 자랑하는 리그 최고의 테이블세터진인 김지찬, 김성윤이 만들어준 무사 12루 찬스에서 타석에 들어선 구자욱의 타격은 결과도 결과지만 그 과정에서부터가 너무나 답답한 모습이었습니다.
조금만 침착했다면 상대했던 5개의 공 중에서 마지막 타격구를 제외하고는 모두 볼로 무사 만루 찬스를 이어가 투수를 더더욱 압박이 가능했지만, 존밖으로 나가는 배드볼을 애써 건드림으로써 오히려 트리플플레이가 나오지 않은게 다행일 정도로 아쉬운 타격이었습니다.
결국 천금같은 기회를 놓치고 난 후 8회, 구자욱에게는 또다시 기회가 찾아옵니다. 2사에 김성윤의 안타와 폭투로 2루의 상황에서 오늘 삼성을 지긋지긋하게 괴롭혀왔던 (양지율의)슬라이더가 엄청난 발사각으로 외야를 넘어가며 그대로 파울이 되나 싶었지만, 앞선 찬스를 날린 구자욱을 벼랑 끝에서 구해주듯이 그대로 우측 폴대를 때려냅니다.
이후 덕아웃에 들어간 구자욱의 모습에서 이전 타석과 또 생각보다 풀리지 않는 경기력에 있어 목죄오던 부담감을 씻어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자신이 말아먹을 뻔 했지만, 결국 주장이라는 자신의 손으로 만들어낸 오늘의 결승홈런이 결자해지를 만들어 냄으로써 이제껏 부진했던 구자욱이 살아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3. 이재현
저는 정말로 이재현이 너무나 좋습니다.
이재현에 대해서...(feat. 넘어야할 산)
저는 이재현 선수를 정말 좋아합니다.(당연히 HERO도요..) 기다렸던 1라운드 야수자원에 왕조 유격수 ...
blog.naver.com
오늘 삼성의 스윕을 완성한 선수는 7.2이닝 무실점 피칭을 한 레예스도, 결승 투런 홈런을 때린 구자욱도 있겠지만, 가장 결정적인 상황은 이재현의 슈퍼캐치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박주홍의 바빕타가 만들어지자마자 양팀 감독은 상반되는 표정을 짓지만 이내 이재현의 슈퍼캐치로 인해 또다시 두 감독의 입장은 180도 바뀌게 됩니다.
올시즌 초반부터 절정의 타격감과 수비력으로 부진했던 구자욱, 디아즈를 대신해 김성윤과 삼성을 먹여살리던 선수였지만 5월들어 그 컨디션이 너무나 떨어져 보였습니다.
체력적인 것인지, 심리적인 것인지, 부진의 원인이 불분명하지만 결국 구자욱과 마찬가지로 삼성의 순위권 싸움에서 다른 팀들과 차이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요소는 다름아닌 이재현 입니다.
오늘 경기 후 인터뷰에서도 그간 부진의 마음고생으로 침울한 표정이 보였는데 이럴때일수록 김영웅처럼 뻔뻔함을 가지고 내가 최고 유격수라는 자신감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됩니다.
누구보다 승부욕있고 훈련을 많이 한다 알려져 있지만, 많은 수비이닝 소화와 또 컨디션 관리를 위해서는 지금의 과도한 훈련이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번쯤은 자신의 루틴을 되돌아 볼 필요도 있어 보입니다.
이재현 선수의 바람대로 절대로 다치지 말고 시즌을 완주해 삼성을 높은 위치로 올려주었으면 합니다.(유격수 골글 가능하지요?)
4. 이호성
어쩌라고 막았잖아~
2점차 세이브 상황에 등판한 새로운 마무리의 두번째 세이브 도전은 생각보다도 험난했습니다.
최주환의 선제타자 안타로 키움은 마지막 희망의 불씨를 피워나갔으나, 금새 카디네스의 친정사랑이 여지없이 발동됩니다.
그 위기를 끝낸 후 다시금 임병욱에게 한가운데 커터로 맞자마자 장타라 여겨질 정도의 큼지막한 타구가 만들어내지만 다행스럽게도 우익수 플라이에 그칩니다.
마지막 아웃카운트, 마지막 스트라이크 하나를 앞두고 김태진에게 직구로 승부하지만 안타를 맞게 되며 이제는 루상에 동점주자가 깔렸습니다.
장타하나면 동점에 홈런이면 끝내기의 상황, 마지막 타자 전태현을 삼구삼진으로 잡아내며 힘들었던 2번째 세이브를 만들어냅니다.
사실 오늘의 이호성에게서 다행스러우면서도 아쉬운 점은 바로 제구였습니다.
과거에는 등판하자마자 제구가 흔들리며 볼넷을 주는 모습이 역력했지만, 오늘은 오히려 볼이 거의 없지만 그 직구들이 본인의 구위를 믿은 탓에 존 한가운데로 다소 몰리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다행히 좋은 구위로 인해 안타들이 장타코스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임병욱의 플라이 타구는 정말로 위험한 코스였습니다.(라팍이었으면 홈런)
결과적으로 이호성이 조금더 안정적인 마무리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그 위력적인 직구를 보더라인 쪽으로 붙이는 컨트롤적인 요소가 더 필요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블론세이브의 경험이 자기의 구위를 믿고 던지는 계기가 되었지 않나 생각됩니다.
'야구(삼성라이온즈)'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50524) KIA시리즈 6차전 리뷰(feat. 명장 이범호) (1) | 2025.05.24 |
---|---|
(20250523) KIA시리즈 5차전 리뷰(feat. 1점차 패배는 감독의 영역) (0) | 2025.05.23 |
(20250521) 키움시리즈 4차전 리뷰(feat. 1점을 짜내는 방법) (1) | 2025.05.21 |
(20250520) 키움시리즈 3차전 리뷰(feat. 상승을 위해 찍어야 하는 것) (2) | 2025.05.21 |
(20250518) 롯데시리즈 6차전 리뷰(feat. 문제의 원인을 밝혀야할 때) (1) | 2025.05.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