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승이 이렇게나 어렵고 간절하고 소중합니다.

개막전에 만난 로젠버그와 오늘의 로젠버그는 180도 다른 사람이었습니다.
엄청난 구속과 구위로 찍어누르기보다 보더라인으로 붙이는 정교한 제구를 통해 삼성의 여러타자들을 범타로 맞춰잡습니다.
결국 삼성과 키움의 양 선발투수들은 각각 1실점으로 상대타선을 막아내며 명품 투수전(어느 타격이 약한가의 대결일지도?)이 펼쳐지며 승부는 각팀의 불펜진의 손에 맡겨집니다.
사실 원태인이 8이닝 1실점이라는 엄청난 호투와 분전에도 불구하고 원종현-김성민-양지율로 이어지는 키움의 불펜진에게서 득점을 뽑아내지 못한 것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할 문제입니다.
오늘 최주환, 푸이그가 없는 키움과는 달리 삼성은 간만에 김지찬이 합류하는 베스트 타선을 발동시켰습니다.(김헌곤 대신 이성규였다면...이라는 아쉬움이 들기도 했습니다만... 개막전에 로젠버그 상대로 강한 면모로 인해 선발라인업에 들었으리라 여겨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키움과 비슷한 안타개수를 때려낸 삼성의 타격은 기대 이하였으며 그중에서도 김성윤(6타수 무안타), 김헌곤(4타수 무안타), 이재현(4타수 무안타) 이 세 선수의 타격이 매우 아쉬웠습니다.
특히나 김성윤 선수는 그간 삼성의 타격을 디아즈와 더불어 이끌어오던 선수라 오늘의 빈타가 더더욱 아쉬웠으며 볼넷으로도 걸어나갈 수 있는 선구안이 조금은 조급한 마음으로 인해 무너진 느낌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9번 타순에서 2안타를 때려내며 팀의 극적인 역전을 일구어낸 발판을 만들어준 류지혁과 역전솔로포의 김영웅, 11회 1사 만루의 위기에서 결승 적시타를 때린 김지찬, 그리고 가장 결정적인 순간에 좌중간을 가르는 싹쓸이 3타점 2루타를 만들어낸 구자욱의 장타는 오늘 누구보다도 마음고생한(어쩌면 윤성빈을 보는 롯데팬들 보다 더) 팬들에게 그간의 부진을 씻어내고 미안함을 전하는 마음이었으리라 생각합니다.
누가 뭐라해도 삼성은 구자욱이 해줘야 하는 팀입니다.
1. 원태인
항상 팀이 절망에 처하고 벼랑끝에 몰린 순간에는 원태인이 있습니다.
8이닝 5피안타 1실점(1자책) 3사사구의 기록과는 달리 투구 내용을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평소보다는 좋지 못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1회부터 안타와 볼넷을 내주며 압박에 몰렸지만 결국 원태인의 진가는 위기관리 능력입니다. 자칫 대량실점으로 이어질 수 있는 주자가 깔린 상태에도 차분하게 뒤타자를 범타 + 병살처리 함으로써 위기를 탈출한 후 이후 이닝들을 삼자범퇴의 연속으로 가져가며 이닝을 삭제시킵니다.
다만 예상과는 달리 원태인을 괴롭힌 건 키움의 상위타순이 아닌, 하위타순이었습니다. 5회말 김태진의 선두타자 2루타로 시작해 오선진에게 통한의 적시타를 맞으면서 생각지도 못한 실점을 했습니다.
그래도 다음 이닝에서 김지찬의 안타와 디아즈의 적시타가 제때 터져나와 다시금 동점을 만듭니다.
이후 계속해서 타격이 조용하던 와중 드디어 오늘 경기의 하이라이트인 8회말에 돌입하게 됩니다.
8회말 1:1 송성문의 2루타로 1사 23루가 만들어진 상황, 이주형의 타석에서 재미난 상황이 벌어집니다. 남은 1이닝을 고려하면 1점을 반드시 막아내야 하는 상황에서 이주형의 몸에 맞는 볼이 나오면서 상황은 1사 만루가 됩니다.

여기서 재미난 사실은 분명히 다음 타자가 아웃되지 않은채 사사구로 출루를 해 만루가 만들어졌음에도 키움의 승리확률은 -0.4%p가 내려갑니다.
이 의미는 비워진 1루를 채움으로써 내야를 벗어나지 않는 땅볼에 홈 포스아웃이 가능하여 태그를 반드시 해야하는 태그플레이보다 아웃을 잡을 확률이 높아집니다. 거기에다 병살타로 2아웃을 한꺼번에 잡아낼 확률이 생겼으므로 어느정도는 의도한 1루를 채우는 피칭이었다 생각됩니다.(삼성 공격 시 매번 만루가 되면 위기라고 불리는 이유도 이와 같습니다.)
결국 삼성의 의도대로 카디네스에게서 병살타를 만들어내며 삼성은 원태인의 도미넌트 스타트(8이닝 1자책 이하)를 완성합니다.
2. 마무리 이호성
팀이 이기면 된겁니다.
3점차 세이브상황에 등판한 박영현도 3안타를 맞고 1실점을 내주는게 마무리의 숙명입니다. 결국 리그 최고의 마무리도 1점차의 리드를 완벽하게 보장할 수 없기에 팀의 승리확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최대한 리드를 벌리는 추가점이 더더욱 절실하게 필요합니다.
이제 2번째 세이브 상황에 등판한 이호성에게 오늘의 경험은 본인에게 매우 값지고 이를 발판삼아 극복해 나가야할 좋은 무대였습니다.
팀의 연패상황에서 1점차 리드를 마무리 짓기 위해 등판한 터프 상황에서 비록 연속안타와 볼넷으로 무사 만루를 허용하지만, 여기에서 와르르 무너지지 않고 단 1실점에 그친채 동점만을 허용합니다.
물론 세이브를 따내지 못한, 팀의 위기에서 구해내지 못한 것에 대한 자책과 분노가 있을 수는 있지만, 결국 이런 이호성의 부담을 덜어내준 것은 10회의 백정현과 김영웅의 수비, 그리고 삼성 타자들이 만들어낸 득점입니다.
결국 좋은 마무리가 되기 위해서는 좋은 구위의 직구가 필수적이지만, 그에 못지않게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는 강한 심장과 멘탈입니다.
오늘의 쓰라린 경험으로 한단계 성장하는 이호성이 되기를 바랍니다.
3. 김영웅 & 구자욱
이게 김영웅이지
오늘의 가장 중요한 순간에 역전 솔로포를 때려낸, 24 김영웅의 모습이 돌아온 듯 했습니다.
지난 롯데 시리즈에서 온갖 찬스를 혼자서 말아먹고 팀을 연패로 떨어지게 한 주요 공신이었다면, 오늘은 팀이 가장 필요로 하는 순간에 홈런포를, 그리고 실점을 막아내는 편안한 수비를 통해 팀의 연패를 끊고 다시금 상승할 수 있게 해주는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주었습니다.
구자욱은 말해 뭐할까요? 팀에서 가장 많은 3안타를 때려내면서 계속해서 득점의 발판을 마련해갔고, 결국 팀과 이호성, 김재윤을 구하는 싹쓸이 3타점 2루타를 때려냅니다.
특히나 가장 중요한 순간에 삼진과 범타로 물러나기 일쑤였던 구자욱이 2사 만루에서 승리를 결정짓는 장타를 때려내는 모습으로 이제 우리가 알던 구자욱이 돌아온 것이라 믿습니다.
그동안 팀의 멱살을 잡고 이끌던 김성윤, 디아즈, 이재현이 조금 사이클이 내려가는 모습에서 이제는 김지찬, 김영웅, 구자욱의 차례가 돌아왔습니다.
4. 더이상 내려갈 수 없는 곳
높은 곳을 향해 오르기 위해서는 바닥을 찍고 그 반동으로 상승해야 합니다.
오늘 경기에서 우리 팬들은 그 누구보다 희노애락을 단시간에 겪었으리라 생각합니다.
5회말 뜬금없이 오선진에게 통한의 적시타를 맞고 선취득점을 내주었으며,
8회말 1사만루의 위기에서 카디네스가 친정사랑의 병살타를 내어줍니다.
위기를 이기고 난 9회초 부진의 끝을 헤매던 김영웅이 역전 솔로포를 때려내어 선수단과 팬들은 거의 끝내기의 환호에 휩싸이지만,
이내 9회말 무사만루의 위기에서 단 1실점에 그쳐 또다시 가슴을 쓸어내립니다.
그후 10회말 끝없는 친정사랑을 이어가던 카디네스가 이번엔 2사에서 뜬금없는 2루타를 때려내며 또다시 삼성을 위기로 내몰지만 박수종을 삼진으로 이닝을 종료시키며
11회초 3개의 볼넷이 나온 1사 만루의 위기에서 김지찬의 적시타와 구자욱의 싹쓸이 3타점 2루타가 터지며 4점차의 리드로 벌립니다.
이제 경기는 완전히 끝났다고 여긴 11회말 갑자기 직구 146km/h의 김재윤이 선두타자에게 3루타를 허용하고 분위기가 이상해지지만, 결국 너무나 벌어진 4점차의 상황은 키움의 타선이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결국 오늘의 경기로써 또한번 삼성은 바닥이 아닌 바닥을 경험했으며 이를 계기로 나머지 경기를 잡고 다시금 선두권 경쟁을 향해 상승곡선을 찍어야 합니다.
올시즌 순위를 경쟁짓는 주요 요인은 키움에게 달려있습니다. 압도적인 하위권 전력으로 키움에게서 최대한 승리를 따내는 팀이 좋은 순위를 확보하리라 여겨지며 삼성 또한 위닝이 아닌, 스윕을 바라보며 16개의 경기를 모두 승리해야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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