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삼성라이온즈)

(20250604) SSG시리즈 8차전 리뷰(feat. 승엽이형, 옆에 자리 있어요?)

몽몽2345 2025. 6. 5. 22:52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잡아야할, 아니 선발만은 내려야 할 경기였습니다.

시즌은 길고 경기를 치르다 보면 연승과 연패는 언제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아닙니다.

오늘 경기는 단순한 하나의 경기가 아닙니다.

1패가 중요한게 아니라 지난번에 받은 수모를 설욕해야하는, 앞으로의 남은 시리즈를 위해서 반드시 가져와야하는 경기였습니다.

승리가 아니더라도 불펜에서 역전을 당하더라도 선발 김건우 만큼은 확실하게 공략하고 내렸어야 하는 경기였습니다.

누군가에게는 그깟 공놀이라 할 수 있겠지만, 많은 팬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플레이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고 선수들 못지 않게 응원으로 또 경기장 외부에서도 같이 싸우고 있습니다.

오늘 패배와 더불어 김건우에게 시즌 첫승을 안겨준 대단한 일은 그러한 팬들의 자존심을 무참히 짓밟는 행위였습니다.

오늘 경기전까지 SSG의 선발인 김건우는 24번의 출장에서 단 한번도 5이닝 이상을 소화한 적이 없습니다. 주로 불펜으로 나오며 1이닝을 맡는 역할이었으나 주전 선발의 부상으로 대체가 되면서 박시후와 더불어 약 2이닝 정도만 소화하는 오프너 역할이었습니다.

3이닝이 채 되지않는 중에서도 볼넷과 안타를 여럿 맞으며 1~2실점을 하던 김건우를, 오히려 그 어느팀보다도 더 안타를 때리고 홈런을 때려야할 삼성은 이 김건우에게 5이닝을 단 2안타 1볼넷으로 속수무책으로 당하면서 무실점 뿐만 아니라 승리투수까지 쥐어줍니다.

그냥 7연승 안하고 정상적으로 잡아야할 게임 잡고 질 게임 지면 안됩니까?

왜 LG 시리즈 환상적으로 스윕을 해놓고 SSG, 그것도 인천에만 오면 이렇게 지는가요?

단순히 타자들이 김건우를 상대로 2안타에 그친 탓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중요한 패착은 라인업입니다.

감독의 역할은 선수들이 상대팀과의 대결에 있어 가장 유리하고 이길 수 있는 확률이 높은 라인업을 짜고 적절한 선수교체를 한 후 선수들에 의해 경기를 맡기는 것 입니다.

어제의 패착이 시도때도 없는 번트와 불펜운용이었다면 오늘은 김건우를 상대함에 있어 오만함이 가장 크게 작용했습니다.


1. 라인업

오늘 선발 김건우를 상대함에 있어 다소 파격적인 라인업입니다.

리그 최고의 리드오프인 김지찬을 2번으로 내리고 1번 박승규와 3번 이재현을 상위타순으로 올려 좌투수인 김건우를 상대로 우좌와주우좌좌우우의 나름대로 좌우놀이를 실현하려 했습니다.

분명 박승규의 1번과 김지찬 2번의 의도는 쉽게 드러납니다. 좌투수를 상대로 강한 우타자가 출루를 하면 2번 김지찬에게 번트를 시도하려는 의도였겠지요. 하지만 그 계획은 박승규의 2타석 모두 삼진, 범타로 물러남에 따라 무산됩니다.

그리고 박진만 감독이 하나 간과한게 있습니다.

단순하게만 생각하면 좌투수를 상대로 우타자가 강한 것은 정석으로 여겨지지만, 오늘 SSG 선발인 김건우는 오히려 역스플릿을 가지는 선수였습니다.

좌투수지만 우타자에게 강하고 좌타자에게 약한 것을 파악했다면 선발 라인업은 좌우놀이가 아닌 좌타자를 도배한 후 이후 상황에 따라 유기적인 교체가 이루어졌어야 합니다.

25 김건우 좌/우 스플릿

vs 우타자: 피OPS 0.507, ERA 3.31

vs 좌투자: 피OPS 0.871, ERA 7.27

아마도 김건우에 이은 박시후를 고려한 라인업으로 예상되지만 이러한 플랜의 전제조건은 김건우를 3이닝 내에 강판시켜야 합니다.

모두가 그럴듯한 계획은 있습니다. 단 쳐맞기 전까지는요.

삼성도 그럴듯한 계획은 있었습니다. 단 김건우에게 쳐맞을 줄은 몰랐죠.

결국 어떤 것을 쏟아붓더라도 오늘은 반드시 설욕을 해야하는 경기였습니다. 더욱이 내일은 앤더슨과 더불어 리그 최고의 구위형 투수인 화이트 선발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김건우를 상대로 여타 팀들처럼 2~3이닝 내로 내릴 수 있다는 계산이었겠지만, 그 계산과 계획이 모조리 산산조각 나면서 박시후는 무슨, 경기는 그대로 김민과 더불어 SSG의 필승조로 넘어가게 됩니다.

결국 김건우의 5이닝 동안 2안타도 좌타자인 김영웅과 김지찬이었으며 최근 삼진이 없고 감이 좋던 이재현이 3번에 들어서서 2삼진을 당하면서 오늘의 경기는 최악으로 흘러갔습니다.

특히나 추가실점을 반드시 막아야하는 6회 전진수비장면에서 오태곤의 땅볼 타구에 뚫린 내야수비는 양도근이 아닌 이재현이었다면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었다 보여지므로 오늘의 3번과 더불어 지명타자로 이재현의 기용은 더더욱 이해가 가지 않는 장면이었습니다.

오히려 이러한 김건우의 역스플릿을 고려했다면 지명타자로 좌타자 김태훈을 선발하는 것이 어땠을까하는 생각도 듭니다.

다만 이런 확률을 높여놓고서 빈타에 그쳤다면 그 비난은 모조리 선수들이 감당해야 하겠지만, 애초 선발에서부터 승리의 확률을 낮추고 경기를 풀어나가는 것은 전적으로 감독의 책임입니다.

2. 불펜운용

고전하긴 했어도 최원태가 꽤 잘해줬습니다.

최정, 에레디아가 복귀하고 한유섬의 사이클이 올라오는 SSG의 타선은 지난 시리즈에서 맡붙은 타선과는 전적으로 차이가 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흔들리는 장면은 있었지만 5회까지 2실점으로 나름대로 선발역할을 하긴 했습니다.

다만 삼성의 공격이 대부분 삼자범퇴에다, 출루하더라도 병살로 이닝이 종료된 탓에 제대로 휴식을 할 수 없던 탓도 있겠지만, 6회의 선두타자와 이어 연속안타를 내주는 것은 뼈아팠습니다.

거기에 희생번트로 1사 23루의 상황, 삼성이 꺼낸 불펜카드는 백정현이었습니다.

삼성의 불펜에서 누구보다 안정적이고 믿을만한 선수지만, 주자가 깔린 상황에서는 이야기가 다릅니다.

구원투수의 역할은 위기의 상황에서 깔려있는 주자들을 막고 실점을 최소화하는 역할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상황에서 가장 먼저 확인해야할 지표는 승계주자 실점율 입니다.

방어율이 6점대인 이호성이 승계주자 실점율이 제로인 이유는 주로 주자가 깔린 상황에서 등판하여 그 주자들을 홈으로 불러들이지 않고 실점을 최소화하여 막아내기 때문입니다.(그리고 이호성의 주자는 다음 투수가 막아주지 않고 분식회계를 하는 탓으로 ERA가 올라갑니다.)

반대로 백정현의 경우 승계주자 실점율은 매우 높지만 ERA가 낮다는 것은 1이닝에 한정하여 안정적으로 막아낼 수 있는 가장 좋은 카드입니다.

결국 그런 의미에서 마무리인 이호성이 나오지 못했더라도 상식적으로는 김태훈이 나오는게 맞는 이치입니다.

물론 아쉬운 내야수비도 한몫을 하긴 했지만 이러한 아쉬운 디테일로 인해 그 리드차는 4점으로 벌어지며 삼성은 더이상 추격의지를 잃고 그대로 패배를 헌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