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많은 것을 얻었던 경기입니다.

8연패의 삼성 vs 5연패의 KT에서 두 구단은 더이상 물러설데 없는 외나무 다리에서 만났습니다. 두번째 맞대결 시리즈에서 경기를 내어준다면 연패의 흐름상 와르르 무너질 수도 있는 두 팀이기에 오늘의 경기는 특히 더 중요했다 여겨졌습니다.
그런 이유로 각팀은 가장 믿을만한 선발카드를 꺼낼 것으로 예상했으나 삼성의 원태인이 목의 담 증세로 로테이션이 하루 밀리면서 좌승현을 헤이수스와 매치업 시킵니다.
처음에는 부상병동에 경기력이 침체된 삼성은 9연패를 각오하서라도 남은 2게임의 매치업을 유리하게끔 끌고가려는 논개작전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선발매치업부터 오늘의 경기 전개와 결과는 모든 예상을 완벽하게 빗나갔습니다.
특히나 우타자에게 약한 헤이수스를 무너뜨리는 힘은 이성규, 박병호, 강민호라는 우타자의 힘이라고 생각했지만, 결국 그동안 부진으로 침체되있었던 삼성의 핵심 좌타자들인 구자욱, 디아즈가 승리를 가져다 주었습니다.
오늘 리뷰는 경기의 전개과정보다 승리외에 오늘 경기에서 얻은 값진 것들에 대해 중점적으로 다뤄보겠습니다.
1. 좌승현의 마수걸이
혈이 뚫린다는 표현이 있습니다.
올해 최악의 스타트를 보인 한화 이글스가 삼성을 상대로 대역전극을 펼친 후 미친듯한 페이스를 보이는 것도, SSG의 맥브룸이 원태인에게서 홈런을 때려낸 이후 OPS가 0.916에 달할 정도로 맹타를 때려내는 것도 비슷한 이치가 아닐까요?
스포츠 뿐만 아니라 모든 영역에서 그 아주 작은 한끗의 차이는 어마어마한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당장 오늘 두산과 한화와의 경기에서도 다잡은 승리에서 어이없이 놓친 포수 파울플라이 하나가 동점 투런이 되어 한화의 연승도전을 이어가게 했습니다.
좌승현 선수 또한 마찬가지라 생각하고 싶습니다.
작년의 위력은 아니었지만, 그렇다해서 5패를 떠안을 것도 아니었습니다.
삼성과 한화의 운명이 바뀐 그 경기에서 비운의 사나이는 김재윤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비록 경기내용이 깔끔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위기를 꾸역꾸역 넘기면서 결국 5이닝 1실점 승리투수 요건을 채우고 내려옵니다.
8회까지 승부를 5:1의 4점차로 벌린 삼성은 무난히 좌승현의 첫승을 챙겨주나 싶었지만 그의 운명은 가혹했습니다. 심판의 체크스윙 오심과 더불어 믿기지 않을 홈런이 나오면서 결국 삼성의 시리즈 스윕과 좌승현의 첫승은 무산됩니다.
그 후에도 부진을 이어가던 좌승현은 2군을 드나드는 힘겨운 나날 끝에 한달이 지나서야 첫승을 따냅니다. 사실 오늘의 첫승 또한 마지막에 위기는 있었죠. 결국 삼성의 1라운드 지명 투수들이 실점은 했지만 넉넉한 리드를 막아주면서 이제 좌승현은 첫승을 넘어 작년의 모습을 찾아가는 여정에 박차를 가할 때입니다.
2. 디아즈의 약점보완
좌투에다 용투를 상대로 단타도 아닌 홈런을 때린다고?
이제껏 디아즈의 약점은 명확했습니다. 좌완투수와 용병투수에 약한 것과 더불어 원정경기에서도 약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런데 오늘 경기에서 디아즈의 모습은? 자신의 약점 3개를 모두 한방에 날려버리는 압도적인 위용을 과시합니다.
그냥 좌완인가요? 흔한 용병투수입니까? 헤이수스입니다. 우타자에게 약점을 가지고 있다해도 좌타자를 상대로는 피OPS가 0.500에 피홈런이 제로일 정도로 좌승사자입니다. 거기에 구장 또한 홈이긴 해도 라팍이 아닌 포항에서 치러진 경기이므로 사실상 원정과 다를바가 없습니다.
결국 오늘로서 보여준 디아즈의 약점 극복은 이제 이 무시무시한 타자가 완성형이 아닌, 성장형이라는 것을 증명했습니다.
디아즈가 정말 무서운 것은 팀에 보이는 로열티와 좋은 성격, 그리고 이제 전성기에 돌입하는 29세의 나이입니다.
포수를 제외한 내야 전포지션에 차곡차곡 최고급 유망주를 쌓아가고 안착시키고 있는 삼성은 아직까지 1루수에 대한 고민이 없지 않습니다. 결국 이창용의 성장여부가 중요하지만 29세의 디아즈가 이러한 압도적인 위용으로 전성기 구간에서 장기적으로 삼성에서 뛴다면 삼성은 용병타자와 1루수의 고민이 향후 3~5년간은 없어지게 됩니다.
3. 구자욱의 결자해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삼성은 구자욱이 해줘야 합니다.
올시즌 삼성은 작년의 부진한 타격에 비해 많은 요소들이 업그레이드 되었습니다. 김성윤의 스텝업으로 2번타자의 고민해결과 동시에 김지찬이 합세한다면 홍문 듀오를 능가하는 리그 최강의 테이블세터를 구축했습니다.
거기에 자연스레 류지혁과 이재현의 타순이 뒤로 밀림과 동시에 심재훈, 양도근 등 준수한 내야 백업들이 생겨 더이상 삼성의 하위타순을 작년의 전안김 마냥 무시할 수 없습니다.
거기에다 FA 계약을 한 류지혁이 마치 스텝업을 한 것과 같은 타격을 해주고 있으며 전병우 또한 초반의 부진을 이겨내면서 차차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런 테이블과 하위타선의 힘으로 생각보다 많은 출루를 이뤄내고 찬스를 가져왔지만, 결국 올해 삼성이 연패를 하고 힘든 싸움을 하는 가장 큰 원인은 구자욱의 클러치 능력 부족이었습니다.
주자가 쌓인 찬스에서 해결사의 역할을 하거나, 안타를 치며 찬스를 이어나가야할, 삼성에서 가장 클러치에서 강한 타자가 오히려 부담감으로 인해 하이레버리지 상황 타격이 반토막이 나면서 그 여파는 디아즈의 집중견제로 이어지는 나쁜 연쇄효과로 작용했습니다.
결국 오늘 만루찬스에서 적시타를 때려낸 구자욱이 자신의 부진을 자신의 손으로 직접 해결하는 결자해지의 모습을 보이므로써 아마 삼성은 이제 지긋지긋한 연패를 지나 다시 상승을 바라볼 수 있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구자욱이 회복하는 순간 다음의 디아즈는 저승사자로 발돋움할 것 입니다.
4. 배찬승 & 이호성
좋은 투수가 되기 위해서는 많이 맞을 필요가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넉넉한 4점의 2리드차에 올라온 좌완 배찬승은 올시즌 유난히 우타자를 상대로 고전하고 있습니다.
그런 배찬승이 컨택이 좋은 김민혁에게 안타를 맞긴 했지만 지금 KT에서 가장 무시무시한 타자인 안현민을 삼진으로 잡아냅니다. 이후 삼성을 상대로 저승사자인 장성우에게 뼈아픈 투런홈런을 맞고 리드의 폭은 2점으로 줄어듭니다.
보통의 상황이라면 홈런을 맞고 바로 내리지만 오늘은 다음타자가 또다른 삼나쌩 우타자 배정대임에도 불구하고 계속 승부를 합니다. 결국 배찬승 또한 점수를 주긴했지만 배정대를 삼진으로 처리하고 문상철을 땅볼 처리하면서 자신의 이닝을 처리하고 한단계 극복하는 계기를 얻었습니다.
그후 삼성은 이재현의 병살타가 나오긴했어도 다시 리드를 3점으로 벌리면서 사실상 첫 마무리에 도전하는 이호성이 등판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만들어줍니다.
3점차의 세이브 기록상황, 8번 천성호로 시작되는 하위타선에서 다소 긴장한 탓에 제구가 엇나가며 볼넷을 주지만 장진혁을 좌익수 플라이로 처리합니다. 이후 로하스에게 홈런이 아니라 다행일 정도의 2루타를 맞지만, 이내 황재균에게서 우익수 희생플라이로 단 1점만 내주며 마지막 타자인 김민혁을 처리하며 세이브에 성공합니다.
첫 마무리 등판치고는 유난을 떨었을리라 생각도 되지만, 결국 이러한 중압감을 이기고 자신의 직구의 구위를 믿어 따낸 세이브였습니다.
(결국 마무리 투수는 자신의 직구로 상대를 이겨낼 수 있어야 합니다.)
작년에 누구보다 쳐맞았던 이호성이, 올해는 경기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에 올라와 맞아나가면서도 팀의 연패를 끊어내는 세이브를 챙김에 따라, 오늘의 순간을 잊지 않고 삼성의 뒷문을 누구보다 철저하게 지켜내는 새로운 마무리 투수가 되어주기를 바래봅니다.
마지막으로...
좌완 이승민 선수 칭찬 안할수가 없겠죠. 작년에 이호성과 더불어 누구보다 맞아나가면서도 멘탈을 부여잡고 좋은 워크에씩으로 많은 훈련을 이겨낸 끝에 이제는 당당히 필승조의 한켠에 설 수 있는 투수가 되었습니다.
아직 불펜에는 이재희, 김무신, 최지광의 빈자리가 커보이지만 백정현, 김태훈이라는 베테랑들이 버텨주고 있습니다.
이런 찰나에 작년에는 패전조였던 이승민이 환골탈태한 모습으로 불펜에서 큰 힘이 되주고 있기에, 김재윤 선수는 하루빨리 본인의 구위를 회복하고 삼성의 뒷문을 책임져주어야 합니다.
결국 구자욱이 살아나는 것 처럼, 김재윤도 뼈를 깎는 노력으로 살아나기만을 기다릴 수 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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