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삼성라이온즈)

(20250501) SSG시리즈 6차전 리뷰(feat. 버리는 것도 제대로 버릴 줄 알아야 한다.)

몽몽2345 2025. 5. 1. 22:18

절대로 나와서는 안될 최악의 경기력이 나와버렸습니다.

한 시즌, 총 144경기에서 아무리 잘하는 팀이라도 우승팀의 승률은 대략 6할에 가깝습니다.

이말인 즉슨, 아무리 탄탄한 전력을 갖추고 리그를 파괴할 것 처럼 절대 1강의 포스를 뿜내더라도 5경기에서 필연적으로 2경기는 내어줘야하는 것이 야구입니다.

특히나 5선발 로테이션이 획일화된 프로의 세계에서 25 키움을 제외한 거의 대부분 팀들은 용병투수 1,2선발로 라인업을 꾸리며 그러한 매치업의 관점에서 볼 때 연승을 길게 이어가기란 더더욱 힘든 것이 특징입니다.

그러므로 패배가 너무나 명확하게 판단이 서면 불펜투수의 회복과 주전 라인업의 휴식부여를 위해 조금 여유로운 운영을 통해 던져야 할 게임을 확실하게 던짐으로써 또다른 연승을 준비하는, 현명함이 필요합니다.

그러면서 5,6회가 지난 시점에 예상보다 접전이 되어 승부수를 걸어볼 찬스가 오면 과감한 작전이 나와야 합니다.

하지만 오늘의 경우 라인업부터 도대체 무엇을 위한 운영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매치업은 사실상 시즌 3패를 떠안고 있는 좌승현 vs 송영진 으로 불리함도 불리함이지만 사실상 이닝을 길게 끌고갈 수 없는 기대였습니다.(최대 기대치는 5이닝)

거기에다 양팀 모두 주요 필승조를 2연투한 상황이라 불펜 싸움을 가져가기도 사실상 힘들었습니다.

물론 삼성이 지독한 6연승의 징크스를 벗어나 7연승이라는 새로운 기록에 도전하는 상황이었으나 어제의 충격적인 블론과 어수선한 팀 분위기로 사실상 선발투수 송영진을 빠른 이닝내 털지 못한다면 미래는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 관점에서 오늘 경기는 애초에 주전 선수들(구자욱, 강민호)의 체력안배를 위해 89에 심재훈, 이병헌이 들어가고 2번에 김헌곤이 들어가는, 사실상 경기를 던져버린 라입업을 꺼냈습니다.

주전포수 강민호의 체력안배를 위해 이러한 감독의 결정은 충분히 이해하고 또 이해합니다. 하지만 단 하나, 게임을 던져가면서까지 이재현 선수를 라인업에 포함시킬 이유가 있었는가요?

야수진 WAR 1위에 투수들을 포함하더라도 6위를 마크하고 있는 이재현이 SSG전부터 부침을 겪고 있습니다. 강민호의 체력도 정말 중요한 부분이지만, 삼성이 다른 팀들과 가장 차이를 보이는, 선두권싸움을 하고 있는 주요 원인인 이재현을 오늘같은 던지는 게임에서까지 라인업에 올린 결정은 쉽사리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23시즌 고졸 신인 2년차임에도 불구하고 143게임을 소화하며 결국 시즌 종료 후 어깨부상으로 수술대에 오른 이재현을, 지금 삼성에서 가장 중요하고 대체제가 없는 S급 유격수를 조금만 더 관리해주면 좋겠다 생각합니다.

오늘의 경기내용은 박진만 감독의 작전에 대해 심도있게 살펴보겠습니다.


1. 작전의 디테일

지난 24시즌의 한참 안좋은 시기에서의 박진만 감독의 서툰 작전들이 오늘 경기를 보며 문득 떠올랐습니다.

https://cafe.naver.com/lionsball/2491222

오늘의 패인은 단순히 경기 시작 전부터 게임을 던진 것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좌완 이승현의 구위가 생각보다 괜찮았습니다.

거기에다 1회초부터 볼넷 2개와 행운의 내야안타까지 나오며 2사 만루의 찬스를 얻게 되고 이재현이 특유의 선구안을 무기삼아 밀어내기로 1점을 선취하게 되며 어쩌면 경기를 잡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다음타자 윤정빈이 지나치게 소극적인 타격으로 존 안으로 치기 좋게 들어온 공은 걸러내고 마지막 떨어뜨리는 유인구에 어이없이 배트가 돌아 득점찬스를 놓칩니다.

이후 풀카운트를 많이 가긴 했어도 여러타자를 삼진과 범타로 잡은 좌승현은 3회 최지훈에게 통한의 투런 홈런을 맞긴 했지만, 4이닝을 2실점으로 막은 후 내려갔습니다.

뒤이어 구원등판한 양창섭이 1이닝을 완벽하게 막은 후 드디어 삼성에게 천금같은 기회가 찾아옵니다.

6회초 두개의 바빕타와 볼넷으로 무사 만루찬스의 류지혁 타석, 삼성의 벤치는 과감하게 류지혁 대신 강민호 대타카드를 꺼내는 초강수를 펼칩니다.

사실 여기서의 대타 판단이 결정적인 재앙이었습니다.

무사 만루에서 류지혁이라면 지금 삼성의 득점권 찬스를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타자입니다.

거기에다 무사라는 점과 오늘 이전 타석에서 발로 만든 바빕타가 있을 정도로 병살의 위험이 다소 적은, 장타능력만 없을 뿐이지 어쩌면 김지찬과 더불어 인플레이타구를 만들어낼 수 있는 컨택능력이 매우 뛰어난 타자입니다.

하지만 강민호는요? 류지혁에 비해 장타능력이 월등하지만 병살타의 위험이 가장 큰 선수입니다. 특히나 만루 상황에서 잡아당기는 스윙으로 3루 주자가 죽을 확률 또한 높으며 이후 타선을 고려해보면 이재현 뒤에 윤정빈 그리고 심재훈, 이병헌 등 대타를 쓸 타순이 넘쳐났습니다.

결국 상황이 2사였다면 장타능력이 있는 강민호의 대타카드가 더 합리적일 수 있었으나 무사에서 초구를 때려 병살로 만든 플레이는 벤치의 작전이 얼마나 정교하지 않음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는 꼴이 되었습니다.

2. 양창섭 & 이승민

5회의 양창섭과 6회의 양창섭은 아예 다른 선수였습니다.

올시즌 특히 멀티이닝을 소화한 양창섭의 경우 1이닝은 곧장 좋은 내용으로 소화하지만 다음 이닝에서 제구력이 망가지면서 주자를 깔고 다시금 강판당하기 일쑤입니다.

이런 멀티이닝 소화력에서 문제가 있는 양창섭을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롱릴리프가 아닌 1이닝에 한정된 임무를 부여하는 것 입니다.

김재윤이 흔들리고, 이재희와 김무신, 최지광이 부상으로 우완 파이어볼러가 부족해진 상황에 최고 149km/h를 던질 수 있는 양창섭을 1이닝 한정으로 하여 준 필승조 임무에 부여한다면 의외로 좋은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특히나 이승민이 롱릴리프 역할을 지금까지 쏠쏠하게 해내주고 있으며 시간이 지나면 가세할 황동재와 허윤동을 생각한다면 우완 양창섭을 지금의 이호성의 롤로 사용하는 것 또한 괜찮다 여겨집니다.

또는 마무리 김재윤이 올라와 불안감을 보이면 즉시 양창섭으로 교체하여 승부수를 과감히 띄워보는 것도 밑져야 본전이지 않겠습니까?

3. 감독의 기세

어제 김건우 선수의 위협구 및 욕설 여파로 야구장 뿐만 아니라 밖에서까지 전쟁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우리 타선에서 핵심중의 핵심인 구자욱, 디아즈가 자칫 치명적으로 작용할 머리를 향한 몇차례의 위협구에 이은 욕설논란에 결국 사과를 하였고, 인터뷰에서도 쓴 소리는 하지 못했지만, 경기를 임하는 벤치는 오늘의 기세를 단순히 넘겨주면 안되는 것 이었습니다.

물론 시즌은 길고 연승에 집착하지 않는 모습은 이해가 가지만, 핵심 불펜진을 3연투하는 SSG처럼 하라는 것은 아니지만, 주요 야수진을 라인업에서 빼가면서까지 오늘의 경기를 너무 약하게 내어줘서는 안됩니다.

특히 어제의 다잡은 승기를 내어주며 분위기가 가라앉은 상태에서 다음번 최정과 이지영, 에레디아가 돌아올 SSG를 맞이하기 위해서는 어제의 굴욕을 갚아주는 매서움이 필요했습니다.

결국 차포떼고 불펜을 갈아서까지하며 임하는 SSG에 1승1무1패라는 시리즈 동률을 허용했지만, 다음 시리즈를 맞이하기에 앞서 기선제압 당하는 모습이, 그리고 어제 우리 선수단이 굴욕을 당하면서도 쓴소리 한 마디 제대로 못하는 모습이 너무나 아쉬운 오늘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