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삼성라이온즈)

(20250614) KT시리즈 6차전 리뷰(feat. 플랜B가 없는 현실)

몽몽2345 2025. 6. 14. 22:48

오늘의 대패는 분노 보다는 슬픔이 앞서는 경기입니다.

일단 오늘 10점을 준 투수진은 별도의 코멘트를 하지 않겠습니다.(할말 자체가 없긴 합니다.)

단순히 타격의 사이클이 내려갔다고 여기기보다는, 오늘 빈약한 타격의 원인은 전력분석의 실패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작년까지의 쿠에바스만 해도 워낙 검증된 투수이기에 그럴만도 하다라 여겼지만, 올시즌의 쿠에바스는 퇴출직전의 구위가 떨어진 모습으로 클래식을 포함해 모든 세부지표들이 망가진 선수였습니다.

고작 3승 7패의 성적에 방어율은 5.64에 달하고 Whip 또한 1.55라는 엄청난 수치를 기록중입니다. 물론 이제 성적에서 삼성의 덕분에 2승을 챙겼으며 평자 및 세부지표를 내릴 수 있었습니다.(아마 삼성이 아니었다면 7점대로 벌써 교체가 되었을지 모릅니다.)

올해 삼성은 쿠에바스에게만 약한게 아닙니다. 삼성의 올해 타선의 특징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모 아니면 도'입니다.

상대투수를 상대함에 있어 쿠세나 타격기조가 먹혀들어가는 날이면 두자리수 득점을 손쉽게 뽑아낼 정도로 통쾌한 타격을 하지만, 반대로 그 전략이 먹히지 않는 날이면 그 어떤 팀보다 타선은 그대로 곤두박질 쳐버리기 때문입니다.

그 기복의 역사를 간략히 살펴보자면

1️⃣LG의 에르난데스는 삼성전에서 의도적으로 커브 구사율을 높여 팀노히트노런을 만들어냈으며

2️⃣SSG 김건우에게 첫 선발승리를 헌납하고

3️⃣NC 신영우에게는 5이닝 노히트의 영광을 선사해줍니다.

4️⃣KT 쿠에바스는 3승 7패 중 무려 2승이 삼성에게서 가져온 것이며,

5️⃣KIA 윤영철을 극적으로 살려주는 것도 삼성입니다.(아 물론 윤영철이 고마웠던지 승리는 챙겨가지 않더라구요.)

6️⃣키움의 김윤하(ERA 6 점대)에게도 5이닝을 단 1안타로 때려내지 못한 어마어마한 역사가 있습니다.

사실 삼성 타격의 WAR 지표는 11.53으로 리그 3위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이 지표가 크게 와닿지 않는 부분은 oWAR에서 김성윤, 디아즈, 이재현, 구자욱이 1이상을 기록하고 있으며, 실질적으로 솔리드한 모습을 보여준 선수는 김성윤, 디아즈밖에 없습니다.

최근들어 타격의 기복이 심한 이유도 이런 김성윤이 부상으로 제외된 탓이 크며, 그렇기에 디아즈가 침묵하는 날이면 더이상 기대할 득점루트가 없습니다.

그나마 구자욱이 이번주를 기점으로 확실하게 살아나는 모습을 보이지만 아직까지 한두명의 타자들이 더 보여주어야 합니다.

여전히 이재현, 김영웅은 기복과 더불어 타격에서 필요할때 침묵하고 다소 흐름이 넘어간 상황에서 장타가 나오는 팀타격에서의 엇박자의 모습이 나오고 있습니다.

팀타선이 이렇게 기복이 큰 것은 개인의 문제가 아닌 잘못된 방향성이라 생각합니다.

오늘 경기에서 쿠에바스의 7이닝, 21개의 아웃카운트 중 12개슬라이더를 결정구로 사용해 잡아낸 것입니다. 결국 쿠에바스의 구위가 엄청나게 뛰어났다기 보다 삼성의 약점을 잘 캐치하고 집중적으로 슬라이더를 파고들어 손쉽게 공략해 냈습니다.

쿠에바스 슬라이더
구사율
피OPS
시즌 평균
15.8%
0.557
6/14 삼성전
28.3%
0.166

이러한 전력분석에서의 패배는 단지 쿠에바스만 한정되지 않습니다. 오늘 창원에서 치러진 NC와 KIA의 경기에서도 삼성을 상대로 노히트를 기록했던 신영우는 또다시 KIA전에서 직구의 제구가 흔들리면서 변화구를 구사하기 시작합니다.

삼성과 마찬가지로 1회초 두명의 야수를 흔들린 제구탓에 볼넷으로 보내지만 이내 카운트를 잡기위해 변화구를 활용하여 다시 2아웃을 만들어냅니다.

여기까지는 삼성과 KIA의 상황이 완전히 동일하였지만 결국 그 차이를 만들어낸 것은 양팀의 5번타자와 타격에서의 유연한 대응력이었습니다.

애초에 신영우를 상대로 직구 원툴로만 준비해온 삼성은 이내 변화구위주의 피칭이 구사되더라도 그 타격기조를 변화없이 그대로 가져가 신영우에게 5이닝 노히트를 선사해주지만, KIA의 경우 최형우, 위즈덤을 상대하며 변화구의 투구를 본 오선우는 그대로 초구 슬라이더를 받아쳐 우중간을 넘기는 3점 홈런을 만들어 냅니다.

결국 이런 5번타자와 유연한 대응력의 차이로 신영우는 2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강판당하며 삼성과는 180도 다른 결과를 보였습니다.

그러므로 삼성은 현재 다양한 전술변화에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오로지 직구 혹은 쿠세로만 파악하여 요행수를 노리기 보다는 상황에 따라 타격기조를 바꿔갈 수 있는 유연함이 필요하며 그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은 단연 디아즈 이후의 5번타자입니다.

아마 좌타자의 연속성으로 인해 개인적인 관점에서는 박승규가 현재로서 가장 맞는 핏이라 보여지지만, 장기적으로 장타력이 보완되는 우타자가 매우 필요하기에 결국 김도환, 이창용 등을 어떻게든 콜업해 기용해보아야 합니다.

더불어 아직 작은 샘플이긴 하지만 강민호/김재성 배터리에서 실점의 차이가 나는 부분도 단순한 우연성으로 인함인지, 혹은 강민호 선수의 무언가에서 나타나는 습관이나 방향이 상대방에게 읽힌 것인지 또한 전력분석을 통해 반드시 진상이 밝혀져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