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26) 한화시리즈 8차전 리뷰(feat. 바꿔야할 것은 단 하나)
그야말로 '총력전'에 어울리는 대환장 파티였습니다.

오늘 경기에서 많은 매체들과 팬들이 주목한 관전포인트는 단연 새로운 용병투수인 '헤르손 가라비토'였습니다.
2선발 대니 레예스의 반복되는 부상으로 시즌을 이어가기 위해 과감하게 교체를 결단해 데려온 용병투수로 오늘 그의 투구내용에 따라 삼성의 남은 시즌 운영이 달려있다 여겨졌습니다.
평속이 151km/h의 빠른 직구와 후라도 만큼이나 다양한 변화구들로 오늘 KBO의 첫 데뷔전을 치름에도 불구하고 5이닝을 무실점으로 마무리했습니다. 아마 첫 등판이라 70~80개 정도의 한계투구수를 정해놓고 이닝을 소화하리라 생각했지만, 뜻밖에도 한화의 타자들이 적극적으로 덤벼드는 바람에 가라비토는 투구수를 매우 절약하여 5회까지 단 62개의 공을 던졌습니다.
그렇기에 불펜의 운영이 빡빡한 삼성의 입장에서 가라비토를 6회까지는 등판을 이어가도 전혀 문제가 없던 상황이었으나, 벤치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모든 시선과 관심이 가라비토에 집중될 것을 우려라도 한 걸까요? 6회초 박진만 감독이 마치 "이 경기의 주인공은 나야"라는 듯한 명장병이 도지며 모든 상황은 반전에 휩싸이게 됩니다.
롯데와의 충격적인 역전패 이후, 시리즈 전부터 총력전을 시사해왔던 삼성의 박진만 감독은 가라비토를 5이닝만에 내리고 6회 1점의 타이트한 리드 상황에서 불펜의 필승조가 아닌 김재윤을 올리는 결정을 했습니다.
9회까지 무려 4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야하는 삼성의 입장에서 6회부터의 이런 불펜 운용은 도박에 가까웠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선두타자부터 한가운데 직구에 안타를 내주며 김재윤은 곧바로 육선엽으로 교체되었고 다음 타자를 삼진으로 잡아냈지만 이후 풀카운트 싸움 끝에 볼넷을 내준 이유로 2사 12루상황에서 좌타자 리베라토를 상대하기 위해 또다시 배찬승 카드를 꺼내들었고 이 작전은 멍멍이 같이 실패합니다.
단순 동점이 되는 적시타만 맞은 것 뿐만 아니라 좌익수 구자욱의 어마어마한 실책이 나오면서 상황은 역전을 내어줍니다.
이후에도 상황을 전혀 뒤집지 못하는 타선과 더불어 지고있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이호성을 제외한 삼성의 모든 불펜카드들이 총 동원되는 마치 혼자만의 한국시리즈를 치르는 진풍경을 이루어 냅니다.
솔직히 오늘 삼성은 많은 안타를 때려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운이 따라주지 않는 경기였습니다. 김태훈의 잘맞은 정타 3개가 모두 외야수로 향하며 잡히는가 하면 7회 만루의 상황에서 디아즈의 잘맞은 타구 또한 수비시프트에 걸리면서 정말이지 지긋지긋하게 풀리지 않는 경기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민호가 선제 솔로포를 때려내면서 투수운용만 스마트하게 가져갔다면 충분히 잡을법한 경기였습니다.
오늘의 경기는 단순한 아쉬움을 지나 분노가 느껴지는 것도 아닌, 그야말로 창피함의 연속이었습니다.
감독이 손대는 결정 모두가 팀의 패배에 이바지 했으며 사실상 타선에서 역적이라고도 할 수 있는 김지찬이 5타수 무안타에 그칠때까지 내버려 둔 것 처럼, 정작 감독이 나서서 개입해야할 상황에서는 아무것도 하지않아 경기를 그대로 내어주게 됩니다.
삼성은 지금 불펜이 매우 약한 상태입니다. 하지만 이 불펜이 왜 약한지에 대해서는 단순하게 이재희, 최지광, 김무신의 부상탓만을 해서는 안됩니다. 물론 가장 주요한 원인 자체는 김재윤의 부진이 가장 크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은 이호성의 스텝업과 백정현의 불펜 컨버젼, 김태훈, 배찬승으로 나름대로 쓸만한 필승조 구성을 갖추었습니다.
거기에 부진하고 있는 김재윤과 이승민, 양창섭, 육선엽 정도를 추격조로 감안한다면 생각보다 괜찮은 구성입니다.
결국 삼성의 불펜이 이렇게 망해가고 있는 원인은 제대로 써야할 불펜들을 적시적소에 사용하지 못하는 탓입니다.
가장 중요할 때 써야할 백정현을 홀드 상황이 아닌 여기저기에 굴리다가 결국 부상이탈 하였고 이제는 김태훈이 점점 구속이 내려오는 낌새를 보이고 있습니다.
오늘도 김태훈이 7회를 막아주었긴 하였으나 다소 ABS 깡통존에 걸친 두 공이 결정구로 노시환, 안치홍을 삼진으로 잡아낸 것이었으며 예전처럼 압도하는 모습은 아니었습니다.
결국 박진만 감독의 그나마 자랑거리라던 불펜투수의 관리 자체도 이제는 이해할 수 없는 기용으로 그나마 남아있던 필승조들이 점점 상태가 악화되는 실정이며 2선발 가라비토가 가능성을 보여준 오늘로 말미암아 삼성이 선두권 대열에 합류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운영을 배제하고 감독 교체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실 오늘 가라비토가 예상보다도 빠르게 적응하는 모습과 한화 타선들이 건드는 타구들이 힘없이 먹혀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기대감에 들떠 있었던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기대를 감독의 이상한 운영으로 완전히 박살냈습니다.
차라리 경기 운영에서 그 기조가 모두에게 동등하고 합리적이라면 그 부분을 수긍할 수 있습니다. 롯데전에서 어이없는 수비실책을 한 박승규에게는 곧바로 문책성 교체를 하면서 똑같은 실수를 한 김지찬은 그대로 갑니다.
오늘도 구자욱의 엄청난 본헤드 플레이에도 계속해서 교체없이 경기를 진행했으며 계속해서 무안타에 찬스때마다 진루타도 날리지 못하는 김지찬을 김성윤이라는 리그 최고의 타자가 있는데도 대타 하나 내지 못합니다.
결국 삼성이 이러한 좋은 용병들을 데리고 무언가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이러한 지극히 감정적이고 편파적인 운영을 해서는 안됩니다. 삼성은 지금의 성적도 물론 매우 중요하지만 미래가 더 빛나는 팀이기에 남은 시즌에 있어 반드시 육선엽과 양창섭, 정민성, 김성경 등의 선수들을 새로운 불펜 필승조로 만들어가는 과정 또한 필요합니다.
결국 일관적이지 않은 선수기용과 편파적인 엔트리 운용, 관리하는 척하면서 혹사를 이어가는 불펜운용 등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삼성의 프런트는 과감한 결단이 필요한 지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