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삼성라이온즈)

(20250605) SSG시리즈 9차전 리뷰(feat. 두 인천의 아들이 보여준 호러쇼)

몽몽2345 2025. 6. 5. 22:52

LG 시리즈의 마무리를 두 태훈이 완성했다면 SSG 시리즈의 마무리는 인천의 아들들이 했습니다.

시리즈에서 우위의 매치업을 가지고도 내리 2패를 한 삼성은 오늘 반드시 설욕이 필요했으나 SSG의 마운드는 화이트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반면 삼성의 선발은 5선발인 좌승현으로 누구도 승리를 가져오기엔 힘들다는 예상이었습니다.

5선발인 좌승현에게 최대한 5이닝 2실점정도로만 막아줄 것을 기대하고 3연투로 필승조 가동이 불가한 SSG를 최대한 불펜싸움에서 승산을 걸어보는게 현실적인 대안이었습니다.

하지만 오늘 좌승현은 SSG를 상대로 5이닝을 단 3피안타만 내주며 무실점의 완벽한 피칭을 선보였습니다.

3회까지는 SSG의 모든타자들을 모조리 삼자범퇴로 막아냈으며 4회 연속안타를 맞긴했지만 오태곤의 주루가 다소 무리하게 작용하여 천금같은 아웃을 잡아냅니다. 이후 최정을 삼진으로, 또 고명준을 범타처리합니다.

5회 또한 깔끔하게 삼자범퇴 처리를 하면서 사실상 투구수 자체도 67구에 불과했습니다. 다만 6회 김찬형에게 2루타를 맞으며 타순이 돌고난 후 불안함을 지닌 좌승현을 조금 이른 타이밍에 내리기로 삼성의 코칭스탭은 결정합니다.

사실상 삼성의 타자들이 점수만 2~3점 정도 내주었다면 아마 좌승현의 페이스로 보아서는 7이닝까지 소화가 충분히 가능한 실정이었습니다. 그러나 앞선 경기들에서 연패와 더불어 단 1점차의 아슬아슬한 리드로 그 최소간극을 소중히 지키기 위해 불펜 김태훈을 투입합니다.

어제 리뷰에서 말씀드렸듯 주자 2루가 깔린 상황에서는 불펜의 ERA보다는 승계주자 실점율을 가장 주요하게 판단해야 하며, 그런 의미에서 오늘의 김태훈 교체는 충분히 납득할만하고 적절했다 보여집니다.

7회 구자욱의 적시타로 한점을 더 달아난 삼성은 2점의 리드차가 생기긴 하지만 7회말 등판한 배찬승이 이지영, 박성한, 김찬형에게 내리 안타와 볼넷을 내주며 다시금 2:1의 상황이 벌어집니다.

다행히도 배찬승의 공에 혀를 내두르던 정준재가 다시한번 알토란같은 활약으로 소중한 아웃카운트를 내주었고 이내 2아웃 상황에서 등판한 것은 바로 이호성이었습니다.

오늘 경기 내내 SSG가 수비실책으로 도와줬지만 그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찬스를 내다버리고 궁지로 내몰린 것은 다름아닌 삼성의 박진만 감독의 작전지시였습니다. 이런 인천의 아들 1호기가 경기내내 떠다주는 승리를 거부하고 SSG에게 스윕을 안겨주려 노력을 했지만, 결국 또다른 인천의 아들인 이호성은 1점차의 리드상황에 등판하여 무려 2.1이닝을 5삼진을 잡아내며 SSG 타자들에게 공포감을 심어줍니다.

오늘의 투수교체는 다소 무리할 정도로 빠르게, 그리고 뚝심으로 끌고 가긴 했지만 그럴 가치가 있을 정도로 중요한 경기였습니다.

자칫 팀이 3연패의 늪으로 빠지며 분위기가 쳐질 수 있는 상황에서 이런 투수교체는 결과론적으로는 성공이었지만, 아쉬운 것은 공격과정에서 지나치게 난무하는 작전들이었습니다.

오늘의 경기 리뷰는 공격작전, 투수교체, 그리고 구자욱의 슬럼프 탈출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 병살타를 두려워하는 쫄보야구

역시나 화이트의 투구는 매서웠지만 SSG의 실책으로 기회가 왔습니다.

3회초 선두타자 박승규는 초구 타격으로 낭낭한 땅볼을 치지만, 2루수 정준재의 포구 실책으로 운좋게 출루에 성공합니다.

그러자 모두가 예상할 수 있게 다음타석인 양도근은 번트를 시도합니다. 하지만 두번의 번트가 파울이 되고 쓰리번트의 실패를 경험한 삼성의 덕아웃에서는 강공지시를 하지만 이미 투수의 카운트에 내몰린 양도근은 이내 헛스윙 삼진을 당합니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김지찬의 타석에서 박승규는 도루를 시도하지만 이마저도 포수의 송구가 조금 빗나감에도 불구하고 유격수에게 태그아웃됩니다.

운좋게 잡은 기회를 오히려 2아웃으로 헌납하게 된 삼성의 자멸야구가 여실히 드러난 광경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의 삼성은 쉽게 물러나지 않았습니다.

5회초 이재현의 볼넷과 양도근의 안타로 2사 12루가 된 상황, 타석에는 LG전의 영웅인 타자 김태훈이었습니다. 오늘의 김태훈은 역시나 좋은 타격 컨디션으로 1안타를 때리고 있었으며 이번 타석에서도 강력한 하드힛 타구를 만들어냄으로써 유격수 박성한에게 걸리긴 하지만 포구 실책을 유도하여 2사 만루가 됩니다.

결국 2사 만루 동점상황에서 운명의 여신은 가혹했습니다. 이런 최대의 클러치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선 것은 다름아닌 최악의 부진을 가져가고 있는 주장 구자욱이었습니다.

역시나 구자욱의 부진으로 좋은 타구를 만들어내지는 못하지만 3루수 쪽으로 바운드되어 느려진 타구에 전력질주한 구자욱은 처음에는 아웃으로 판정받지만 비디오 판독을 통해 세이프가 되며 팀의 귀중한 타점을 가져오게 됩니다.

이런 절실한 마음으로 기사회생하긴 하지만 오늘 양도근이 9번의 자리에서 총 4개의 타석에 안타 두개와 볼넷 하나로 3출루 경기를 이어간 컨디션을 판단한다면 3회초의 양도근에게 번트를 지시한 부분이 얼마나 아깝고 결과론적으로도 실패한 운영임을 단번에 알 수 있습니다.

차라리 양도근이 안타 혹은 볼넷으로 출루를 하여 무사 12루가 되었다면 타격부진을 이어가는 김지찬에게 빠른 발을 이용해 주자를 23루로 보냄과 동시에 자신도 살아나갈 수 있는 작전을 기대하는게 나아보였습니다.

결국 그러한 번트작전은 공을 외야 깊숙히 띄울수 있거나 안타를 칠 확률이 높은 김태훈 혹은 디아즈에게 주자를 안겨줄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김지찬의 타석을 앞두고 주자를 2루로 보내는 것은 크게 의미가 있는 작전인지를 다시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2. 불펜운용

결과적으로는 성공했지만, 이또한 실패했다면 후폭풍은 감당못합니다.

5이닝 3피안타 무실점의 좌승현이 67구라는 다소 이른 투구수에 내려가긴 했습니다. 아마 6회말 선두타자에게 장타를 허용함으로써 좌승현의 약점인 상대횟수가 늘어나면서 피OPS 및 ERA가 급격하게 높아짐을 고려한 판단이었을테죠. 이해합니다.

특히나 리드폭이 1점차밖에 나지 않았기에 그 1점을 소중하게 지켜야 하기에 오늘은 다소 플레이오프를 보는 듯한 불펜운용을 하였고 그로 인해 승리를 지켜낼 수 있었습니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최근들어 투구폼이 올라오는 좌승현이 내심 7이닝을 넘게 투구가 가능하지 않았나 라는 생각이 들었으며, 타선이 조금만 더 힘을 싣어주었다면 정말 좋은 결과가 있었지 않았을까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팀의 승리가 우선이므로 지금은 점차적으로 작년의 모습을 회복하고 있는 좌승현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만족을 해야겠습니다.(좌승현이 올라온다면 시즌 초 구상한 강력한 5선발진이 갖춰집니다.)

승계주자를 쌓은 시점에서 김태훈이 올라와 결국 실점없이 잘 막아주었고, 또 배찬승이 7회를 책임질 수 있었으나 다소 하위타순에게 부침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위기를 그냥 보내지 않고 한발 빠르게 이호성을 투입하여 삼진을 잡아내고 또 남은 2이닝을 처리한 것은 어찌보면 강단이었으나 월요일부터 쭉 휴식한 힘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9회말 혹여나 김사장님이나 뜬금 오승환이 올라오는 것은 아닌가 걱정이 들기도 했지만 이호성이 너무나 편안하고 압도적으로 막아주는 모습에서 단순 오늘 경기의 세이브 뿐만 아니라, 어쩌면 삼성의 10년 이상을 책임져 줄, 오승환을 이은 마무리를 제대로 확인했다는 기쁨이 들었습니다.

특히나 우승권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직구 구위로 압도하는 마무리 투수가 필수적입니다. 삼성은 그 누구보다 오승환이라는 레전드급 마무리에 기대왔지만, 그 여파로 인해 제대로된 마무리를 발굴하는데 소홀했습니다.

하지만 점차적으로 안정감이 더해지고 성장하며 마침내 2.1이닝을 5K로 찍어누르는 오늘의 이호성의 모습에서 뭔가 모를 뭉클함과 든든함을 느꼈으며 연패와 더불어 감독의 알수없는 운영으로 받은 상처를 완벽하게 메꾸어주는 이호성의 투구였습니다.

3. 슬럼프를 극복하는 법

구자욱이 완전 살아났다 보기엔 힘들지만, 너무나 좋은 모습을 봤습니다.

단순히 4타수 3안타 2타점 1볼넷이라는 기록지 상으로 훌륭한 지표로 판단하는 것이 아닙니다. 3안타는 어쩌면 수비의 도움을 여실히 받은 타구들로써 하드힛이 아닌 코스와 운이 더해진 결과였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운이 더해졌더라도 3안타 중 2안타는 구자욱의 진심으로 인해 만들어 졌습니다.

4회 평범한 1루수 앞 땅볼을 고명준이 병살플레이를 고민하는 찰나를 포착해 전력질주를 통해 내야안타로 만들어 냅니다.

또 5회 만두상황에서 또다시 3루수 앞 땅볼타구에도 전력질주를 통해 비디오판독의 원심을 뒤집는 내야안타를 만들어 냅니다.

결국 오늘의 구자욱의 극복은 무너진 타격자세를 고치고 메카니즘을 달리 가져간 것이 아닌, 초심을 가지고 절실함을 통해 전력을 다하는 자세로 만들어낸, 양준혁이 연상되는 모습이었습니다.

어쩌면 많은 부진은 전문가들의 예상과 달리 단순한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의 구자욱처럼, 잊었던 초심을 기억하며 한타석 한타석 전력을 다하는 마음으로 가져간다면 어쩌면 6월을 맞이해 살아난 구자욱을 볼 수도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 더해서 이재현이 3타수 무안타 1볼넷에 그쳤지만 바깥쪽으로 빠지는 공에 엉덩이가 빠지는 자세가 나오지 않고 스윙을 가져가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아마도 오늘 장타성 타구들과 또 잘맞은 정타들이 코스가 정면으로 향하는 불운이 곂치긴 했어도 아마 점차적으로 살아나는 모습이 확연하게 보여집니다.

특히나 내일부터는 NC전을 치르기 때문에 항상 NC전을 기점으로 사이클이 올라오는 이재현의 부활을 더더욱 기대해봐도 좋을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