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리뷰

[책리뷰]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 앤드루 포터(Part. 3)

몽몽2345 2025. 3. 25. 00:11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 앤드루 포터 단편선

장르: 영미소설

출판: 2019년 05월 13일

저자: 앤드루 포터


#7 머킨

지난 삼 년 동안 나는 린의 아버지가 찾아올 때마다 그녀의 남자친구 행세를 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내가 남자라는 사실이다.

▶ 제목의 머킨, 즉 동성애자인 그녀에게 남들에게 선보이는 애인 행세를 하는 나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의 대부분은 진행성 양쪽 귀 난청으로, 그 말은 태어날 때는 아무 이상이 없거나 한쪽 귀에만 문제가 있었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양쪽 귀가 다 안들리게 된다는 의미다. 자기들의 청력이 언젠가 회복될지도 모른다는 덧없는 희망을 품어본 적 없는 아이들보다 가르치기가 더 힘겹다.

그러나 이런 모습, 자기들이 읽는 단어 하나하나를 또렷하지 않은 발음으로나마 입 밖으로 내어보려고 무던히 애쓰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나는 이 아이들을 견디게 하는 것은 무엇인지 알고 싶어진다.

이상한 일이지만, 나는 린과 조지아를 알고 지내기 전부터 그들을 지켜보곤 했다. 그녀가 거기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 내게 한없는 위안이 되었음을 알기나 했는지, 나는 가끔 그런 것들이 궁금하다.

지난 몇 달 동안 근와 그녀의 여자친구인 델핀 사이에는 문제가 많았고 나는 나를 그 집에 두고 싶어하는 그녀의 마음을 알고 있다. 델핀은 지나칠 정도로 깐깐했고 나는 이것이 간혹 린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나는 가끔, 그녀가 인정하는 것 이상으로, 린이 우리의 가상 연인 관계를 즐기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이 순간 내가 그녀에게 손을 뻗어 그녀를 만질 수도 있음을, 그녀의 손을 꽉 잡을 수도 있음을, 그러면 그녀 역시 내 손을 꽉 잡아줄 것임을 느낀다. 나는 이 모든 것을 느끼지만, 왠지 그래선 안 될 것만 같고, 나는 다만 그 모든 것이 술 때문임을, 린에게 찾아든 갑작스러운 외로움 때문임을, 혼자 빈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그녀의 두려움 때문임을 안다.

그리고 나는, 안쪽을 들여다보는 동안, 그녀에게 팔을 두르고 그녀를 꼭 껴안는다.

이 순간 내게 중요한 것은, 그녀가 내게 허락하는 동안 그녀를 곁에 안고, 그곳에 린과 함께 서 있다는 사실이다. 그렇게 우리 둘은 다만 멀리서 지켜본다. 호세의 입술을, 갑작스레 치몰리는 그의 이맛살을, 아무도 알지 못하는 언어를 말하며 자신을 둘러싼 세계와 소통할 수 없는 한 소년을.

▶ 린과 나는, 우리의 진심으로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세계와 소통하고 살고있을까?


서로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지만 뭐때문인지 모르게 서로에게 진심을 보이지 않는 두사람

머킨의 의미, 일차적 의미는 가짜 음모(陰毛). 공공장소에서 동성애자 파트너 역할을 하는 남자라는 뜻으로 아버지에게 소개하는 대외적인 남자친구 행세를 하는 내가 점점 그 의미 이상으로 그녀의 삶에 깊숙히 젖어 스며든다.

그녀는 내가 좀더 적극적이기를, 덜 수동적이기를 원했다고 했다.

 

내가 가르치는, 귀가 제대로 들리지않는 아이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의 세계와 싸우며 힘들게 시를 읽는 것과 달리 우리는 말을 제대로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에게 나의 마음을 전달하지 못한다.

린이 낭송회에서 얼어붙은, 곤란에 빠진 호세를 보며 우울감을 느끼는 반면, 내가 느낀 감정 "그것은 나를 행복하게 하지요."의 의미는 나는 그렇지 못하지만 그들은 자신의 세계에서 용기를 가지고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는 것에 대한 대리만족이 아닐까?

결과적으로 린은 나와 비슷하지만 평생 휘둘려 살던 아버지가 남긴 쪽지에다 검은색 가위표를 그려 전한 것, 델핀과 헤어진 것으로 수동적이고 휘둘리던 삶에 대한 반항적이고 적극적인 행동을 취한 것에 반해 나는 여전히 그녀에게 손을 뻗을 수 있음에도 그러지못하고 우물쭈물 한다.

하지만 다시의 낭송회에서 학생들의 다정한 박수소리, 따뜻한 조명, 어색하지만 연단을 향해 걸어가는 호세의 모습에 용기를 얻어 그녀를 꼭 껴안는다.

아무도 알지 못하는 언어로 자신을 둘러싼 세계와 고군분투하는 호세에게서 우리는 그가 무슨 말을 전달하고 싶은지가 아닌, 그가 싸우는 이유, 노력, 포기하지 않는 용기에서 큰 깨달음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8 폭풍

누나는 언제나 내게 어떤 영향력이 있었다.

지난 여름의 기억

누나의 약혼자였던 리처드와 함께 파리 여행을 떠났지만, 어쩐 일인지 혼자 필라델피아로 돌아온 에이미 누나

여행 중 스페인에서 리처드와 다툰 후 그는 누나를 내버려둔 채 사라져버렸고, 누나는 저녁까지 혼자 멍하니 기다리다가 둘의 배낭과 모든 돈을 가지고 파리로 향하는 열차에 몸을 싣었다.

그해 여름 어머니가 사는 집에서 누나와 리처드의 결혼을 축하하기 위한 자리가 계획되었었다. 나, 어머니, 어머니의 새 남편인 톰, 누나, 리처드가 올 예정

하지만 리처드는 스페인 어딘가에 발이 묶여 있고, 톰은 테니스를 치다 발에 부상을 입어 병원에 있었다. 특히나 그주 내내 심각한 폭풍이 동부 해안을 따라 올라오고 있었다.

폭풍이 잦아진 틈을 타 어머니와 톰은 집에 왔지만, 어머니는 누나와 리처드와의 이야기를 듣고 버럭 화만 낸다. 톰 또한 시덥잖은 테니스 이야기나 꺼내면서 괜시레 누나에게 훈수를 들고 그들은 서로 으르렁댄다.

결과적으로 폭풍이 멎고 리처드에게서 사과의 전화가 오면서 누나는 나에게 그간 일어났던 사건의 진실을 이야기 해준다.

사실은 스페인에서 리처드는 결혼에 대해 조금 더 고민을 해봐야겠다면서 여권과 돈을 챙기고서는, 혼자 여행을 떠났다는 것. 어머니에게는 사실 그대로 말하면 결혼할 리처드에 대한 신임과 믿음이 흔들리게 되므로 누나는 자기의 탓으로 돌린 것.


나말곤 누나를 아무도 이해하지 못하는 가족들

너는 나를 받아준 유일한 사람이야, 엘릭스. 내 평생.

너는 나를 이해해준 유일한 사람이야.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 매일 밤, 누나와 함께 잔디밭에 앉아 아버지가 오기를 기다리며 웃고 떠들던 기억

 

길가 저 아래서 아버지의 자동차 전조등 불빛이 보이기만을 기다렸고, 그 불빛이 보이면 아버지가 무사히 돌아왔다는 것을, 우리가 최악의 경우를 상상하며 두려워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버지가 집으로 돌아왔다는 것을 분명히 알게 되어, 마음을 놓곤 했다

우리 집에 들이닥친 폭풍처럼 리처드와 누나, 누나와 어머니, 그리고 어머니와 톰 사이에 크나큰 폭풍이 휘몰아 친다. 누나의 감정을 우선시하고 그녀를 이해하고 보호하기 위해 애쓰는 나와는 달리 엄마는 감정적으로 누나의 행동을 질책하며 갈등은 심화된다.

엄마와 톰은 누나를 이해하려는 최소한의 노력보다는 본인의 입장에서만 할수 있는 태도로 일관하고 그것들은 누나에게 상처로 다가가 찔러댄다.

리처드는 분명 안그럴거야

누나는 마치 예상이나 한듯 실제로 여행에서의 파경의 책임은 리처드에게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어머니의 성향을 잘 알기에 그의 편을 들고 자기 잘못으로 여기게 한다.

결과적으로 우리집안에 들이닥쳤던 폭풍은 한껏 부술 기세로 흔들지만 이내 지나가고, 이처럼 리처드와 누나와 리처드 간의 폭풍 또한 찰나의 해프닝으로 지나간다.

변덕이 심하고 제멋대로인 누나의 감정을 건드리지 않고 우직하게 기다려주고 먼저 말을 꺼낼 때까지 드러내지 않고 버텨주는 엘릭스는 이 세상에서 어쩌면 누나 자신보다도 더 누나를 이해하고 사랑해주는 존재다.

누나가 나에게 팔을 둘러 안긴채 다가오는 바람에 눈을 감는 장면은 어린 시절 아버지를 기다렸던 그 때처럼 누나가 맞이하는 가장 소박한 기쁨을 기다리는 기억이다.

누나의 미소, 기쁨을 준 것은 파리에서 돌아오고 있는 리처드였을까? 살랑한 바람 불듯 다가오는 아버지의 기억일까? 아니면 자신을 가장 이해하고 받아주는 나였을까?

그 불빛, 자동차,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집으로 돌아오고 있음을 안다는 그것은.


(분량 조절 실패로 결국 PART 4 까지....)